지자체 탁상행정에 서러운 철강·조선
현장이해 배제된 행정조치에 가뜩이나 어려운 철강사 '날벼락'
섣부른 지원정책에 두번 우는 조선소 협력업체 "관심 좀…"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2019-06-26 09:14:13
▲ 철강재 제조 공정 모습, 본문과 무관함.ⓒ포스코
한국수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의 선봉을 맡아온 철강·조선사 및 협력업체들이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의 탁상행정 및 외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및 현대제철 등 고로(용광로)를 보유한 국내 대표 철강사들은 최근 소재지역 지자체로부터 임의적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며 조업정지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한 상태다.

앞서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지난 5월 각각 충청남도와 전라남도로부터 고로 설비 중 하나인 브리더를 개방해 오염물질을 배출해 왔다며 열흘간의 조업정지 및 관련조치 사전예고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양사 노사와 협력업체들은 고로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술은 현재 지구상에 브리더 개방 외 존재하지 않는다며 적극 반발 중이다. 고로의 유해성을 문제 삼는다면 같은 기술을 적용해 고로를 가동 중인 해외 일관제철소들도 처벌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를 운영하면서 다소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게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나 현장 한 번 와보지 않고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아닌가 싶다"라며 "그동안 뚜렷한 행정 기준을 세우지 않다가 이제 와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라고 토로했다.

한국철강협회는 포스코 기준으로 열흘간의 조업정지가 결정될 경우 약 120만톤의 제품 감산이 발생해 80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고로 특성상 열흘간 가동이 중단되면 추후 재가동 시 온도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반년여가 소요된다.

철강생산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고로가 가동되지 않으면 해당 철강사 운영은 물론 인근 협력업체들도 존폐 위기에 몰린다.

업계 반발이 확산되자 중앙정부나 지자체도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다.

당초 포스코 광양제철소 조업정지를 예고했던 전남도는 다소 수위를 낮춘 과징금 처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포항제철소에 대한 조업정지를 예고했던 경상북도도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환경부도 고로 가동 중단 논란을 해결키 위해 최근 민관협의체를 발족했다.

▲ 성동조선해양 통영조선소 전경.ⓒ성동조선해양
지자체 탁상행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수년 전부터 지속된 수주 가뭄에 폐쇄 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라북도 측에서 어설픈 측면지원에 나서면서 관련업계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다.

군산조선소의 경우 이미 현대중공업 측에서 폐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전북도는 해당지역에서 한국GM 공장 중단도 겹치면서 지역경제 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업체당 최고 1억원까지 총 1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군산조선소 협력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미 상당수 업체들이 그동안의 시황부진으로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북도가 자금지원 최저조건으로 그동안의 실적 제출을 요구해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 4·3 재보궐선거 때까지만 해도 각 정당 후보들이 너도나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지자체에서도 나 몰라라 하는 처지다.

앞서 성동조선 법정관리를 담당한 창원지방법원은 이달 3차 매각을 실시했으나 인수후보들의 자금조달 방안 미비 등을 이유로 무위로 그쳤다. 오는 10월까지 법정회생기간인 만큼 사실상 공개입찰 재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조선소 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는 최근 "성동조선 회생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채권단이 시장에 중형조선업체에 대한 정책 지원 및 선수금환급보증(RG) 등 확실한 지원책을 선제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라며 "업황이 불안한데 성공을 담보하기 힘든 조건 속에서 수천억원씩 투자해 보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과연 누가 회사를 인수하려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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